2021. 12. 3. 03:03ㆍ일상과 건강/일상
올해의 시작
올해의 시작은 1/1이었고, 미라클모닝을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한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었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친한 언니의 가벼운 권유에 대한 가벼운 화답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나의 성향은 올빼미형인지 아침형인간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일찍 자고 싶고(현실이 어떠하든) 일찍 일어나 생산적인 일을 하든 나를 위한 시간을 갖든 하고 싶은 마음이 한 켠에 존재한다. 그 때도 그랬고, 그러니 미라클모닝을 해보려 한 것이다.
항상 내가 시달리는 "나는 부족해. 더 배워야 해" 병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
너무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힘들어서, 낮에 일하는데 졸음이 쏟아져서 등등의 이유였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도 있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한 어려운 공부를 했는데, 그러다보니 태도도 안좋아지고, 의욕은 떨어졌다. 근거없이 "어려운 공부"를 이른 시간에 하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단걸 나중에 깨달았다. 이게 안맞으면 굳이 고집하지 말고 다른 걸 이 시간에 즐겁게 했어도 되었을텐데, 미련하게 반드시 이거야 한다고 덮어놓고 생각하는 버릇이 작동한 것이다.
이후에는 다른 것도 해보았지만 결국 잠을 선택하긴 했다.
일찍 자도 늦게 일어나고 싶은 몸 상태, 마음 상태였다.
그렇다고 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하다가 점점 몸이 편하고 마음이 하고싶은대로 한 것 뿐이다.
그치만 경험해본 것 만으로도 다음번 미라클 모닝은 더 오래 갈 수 있을 것도 같고, 맛보기를 좋은 사람과 함께 해 본 것으로 만족이다.
맞다, 나 혼자였으면 시작도 안했을 일이었고, 더 짧게 끝났을 일이다.
함께였고, 모닝콜이 있었기에 그 때가 좋고 든든하고 따뜻했다.
뭔가 하지 않았어도 추운 날씨에 마음은 따뜻했던 올해의 시작이었다.
올해의 장소
코로나라서 사실 어딜 많이 못갔다. 원래도 지독한 집순이라 어딜 잘 안가긴 한다.
천안 언니네 집, 지방 부모님 댁, 유년기 이후로 처음 가본 바닷가, 상담센터, 올림픽 공원, 석촌호수공원, 종합운동장 정도가 일상에서 기억에 남으면서도 의미 있는 장소들이다. 바닷가를 빼면 적어도 2번 이상은 갔던 곳들이기도 하다.
올해의 장소니까 한 곳만 뽑아야 할 것 같은데 역시 의미가 다 있어서 어렵다.
이 장소들에서 했던 것들이 다른 날 "올해의 ㅇㅇ"에서 나올 것 같으니 올해의 장소로는 "유년기 이후 처음 가본 바닷가"로 정하면 될 것 같다.
외갓댁이 바다가 유명한 곳에 있어서 어려서 부터 바닷가마을은 아니어도 차를 타고 매 해 여름마다 모래사장을 밟고, 해수욕을 했었다.
사실 나는 바다는 그렇게 안좋아한다. 수영도 못하고, 일광욕도 별로이다. 그래서 내 의지로 선택할 나이가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바닷가로는 발길을 끊었던게 아닐까.
거의 10년? 15년? 만에 온 바닷가에서는 익숙한 향이 났다. 짠 바다냄새.
이 익숙한 냄새가 유년시절의 여름방학을 소환한 것과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은 참 좋았다.
너무 오랜만이라 살짝 그리운 느낌인데,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립지 않았던...ㅋㅋㅋ
사실 이거 빼고는 내가 왜 바다가 별로 안좋아했는지가 다 기억나버렸지만 그래도 이런 감각과 소환, 생각 정리가 다 의미있고 좋았다.
올해 잘한 일
올해 일신상의 변화가 너무 컸어서 하나를 뽑기가 어렵다.
한창 너무 힘든 나에게 내가 해준 것들과 관련된 것이 올해 잘한 일을 관통하는 공통점이다.
큰 용기, 작은 용기가 필요한 일들도 많았다.
너무 익숙하지 않고 어색해서 용기내야 했던 것, 두려움을 갖고 있던 거여서 용기내야 했던 것, 편안함을 포기해야해서 또는 막막해서 선택하고싶지 않았던 것 등등.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올해 잘한 일로 "1:1 수영강습"을 받은 것을 뽑고 싶다.
물 공포증이 있는 내가 굳이 수영강습을 받겠다고 숨고에서 선생님을 찾은 것을 들으면 열의 아홉은 신기해했다.
보통은 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고 들었다.
그냥 그 때가 아마 3월? 4월? 좀 추웠던 때로 기억하는데, 그 때 한창 회사로 마음이 힘들 때였다.
마음이 "으악~"하고 소리지르는 때였고 그래서 시발비용처럼 나도 모르게 즉흥적으로 한 선택이었다.
주1회, 1회에 두 시간 수업을 받았는데 1:1 때로는 1:2였다.
비용이 엄청 비싸서 고민했지만 말한 것처럼 즉흥적인 선택이었다.
강습 방법은 너무나 생소했다. 스노클링을 끼는 것도 처음이었고.
장소는 더 생소했다. 발이 닿는 일반 수영장을 예상했는데 스쿠버다이빙장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무려 5m 깊이였다.
초반에는 매 번 배운 내용을 잊을까 기록하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뭐가 너무 힘든지를 줄줄줄 기록했다.
역시 비용지불을 하니 착실히 기록을 한다.
지금은? 처음에 비하면 코가 엄청 예민했던 부분이 훨씬 덜 예민하여 편해졌고, 물에 대한 공포도 많이 줄어들었다.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 생각하며 하는 나에게 잘 맞았던 부분도 좋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파악한 나의 모습을 들으며 이미 아는 내 모습이 남에게도 보인다는게 신기했다.
선생님은 항상 내 몸은 준비가 되어있고, 뭔가 알려주면 곧 잘 해낸다며, 내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잘 하는데 자기는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이 부분은 들으면서 내가 나를 깎아내리고 모자라다고 항상 생각하는 자기비하를 덜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또 내 장점은 생각하면서 배우려는 부분인데 동시에 자기 생각이 너무 세서 또 거기서 헤어나오질 못한다고 하셨다. 이 말은 정말 소름이었던게 이미 나도 일부 아는 내 모습이라서...
수영장은 환경 자체가 물인데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서 콧속으로 아주 조금도 물이 들어오는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코는 또 좀 예민한게 아니라서 물이 조금만 콧속을 왔다갔다해도 벌떡 일어나기 일쑤였다. 이 부분을 극복하는데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음을 바꾸고 코의 2/3까지 물이 찰랑이며 들어오더라도 괜찮고 정상이다~라고 되뇌길 반복하다보니 어느 순간 코도 덜 예민해졌다.
마음이 힘들어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움직이기도 귀찮고 싫다.
그런 상태에서 간단한 운동도 안하게 되는데 수영이라도 주1회 한 것이 리프레시도 되고 몸에도 마음에도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점점 수영가는게 즐거워진 것도 신기하긴 하다.
글을 써보니 정말 수영강습 받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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