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6. 23:35ㆍ식탁 일기/이것했다가 저것했다가
사람들은 내가 물을 안 마신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에 물 한 잔도 안 마실 때가 대부분이다"고 하면 다들 놀라면서 "어떻게 살아있냐"고 물었다. 나는 그게 더 이상했다. 운동을 심하게 하지 않는 이상 목이 마르지도 않았고, 무향무취한 물은 오히려 구역질이 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3년 전 건강검진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피를 뽑으려는데 혈관을 찾지 못했다. 양쪽 팔을 번갈아가며 5번도 넘게 바늘을 찔렀는데도 피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토할 것 같고 눈앞이 어지러워져서 쓰러질 거 같다고 말해서 누워서 피를 뽑았다. 그때는 그냥 넘겼다.
하지만 작년 건강검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이번에도 결국 누워서 피를 뽑았다. 두 번의 경험은 나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고, 클로드에게 가능한 원인이 뭘지 물어봤다.
여러 가지 원인 가능성을 말해주었는데 그 중 내게 꽂힌건 수분 섭취 부족이었다. 그래서 보리차, 옥수수차 같은 물 대용 음료를 만들면 물을 더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시도해봤다. 물보다는 낫지만, 매일 실천하긴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고장 난 전기포트를 교체하면서 산 온도조절 포트가 떠올랐다. '따뜻한 물'은 좀 더 잘 먹히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걸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볼까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아침마다 50-60도의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마셔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시작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물을 마시려고 노력한다. 하루에 250ml 컵으로 3잔에서 많을 땐 8잔까지 마시고 있다. 놀랍게도 2주 안에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손등이 뽀얗다. 전에는 뭔가 칙칙한 색이었는데.
사실 이런 노력에는 더 큰 목표가 있다. 첫째는 혈관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음 건강검진 때는 누워서 피를 뽑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 둘째는 제2의 뇌라고 불리는 대장의 건강이다. 나는 변비를 모르는 쾌변쟁이라 대장이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여러 가지 이상 징후가 있긴하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었고, 가끔 이유 모를 우울감도 찾아온다. 특히 남들과 달리 배 쪽에서 자주 소리가 크게 난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게 대장 건강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장 속에 유산균들이 살기 위해서는 수분이 필수라고 한다. 꾸준한 수분 섭취로 이런 증상들도 하나둘 개선되길 기대해본다.
작은 습관의 변화지만, 벌써 몸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따뜻한 물 한 잔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이제는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이 작은 실험이 가져올 다음 변화가 기대된다.
진짜 나같은 사람은 미지근한 물이 그나마 꿀떡꿀떡 넘어가기 때문에 이 전기포트 진짜 잘 샀다고 스스로 칭찬중이다.

'식탁 일기 > 이것했다가 저것했다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몬진저샷 (0) | 2025.01.26 |
---|---|
자몽주스 < 자몽 생과 (0) | 2021.12.25 |
일주일치 자몽 구매(자몽 보관법) (0) | 2021.10.31 |
1일 1자몽 도전 (자몽 효능, 먹는 방법) (0) | 2021.10.29 |